지난 주말, 오랜만에 엄니한테 놀러갔습니다. ...만, 아들인 제가 놀 게 있나요? 저야 TV보다 졸다 그랬지요. 엄니하고 놀아주는건 당연히 손주들. ...이 아닌, 마눌님입니다. ㅡ.-;
아들인 저는 소파에서 뒹굴, 손주녀석들은 작은 방에서 법썩, 결국 마눌님만 남는 셈이네요...
두 여인, 수다 잘 떱니다.
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요. 울 엄니 성격 참 독특하시고, 울 마눌님도 한 성격 하는지라, 결혼초엔 둘이 참으로 아옹다옹했었다는 전설이.....(그때를 생각하믄, ㅜ_ㅜ)
그러다, 아이들이 자라면서 마눌님은 부모의 심정을 깨닫게 되고(더구나 아들을 둔 엄마잖습니까! 울 엄니와 똑같은! ㅋㅋ), 엄니는 마눌님의 성격에 적응을 하시게 되면서, 둘이 이제 (화기애매한)수다판을 제법 벌인답니다.
둘의 모습이 변하는걸 보메, 역시 사람은 '싸우면서 정이 돈독해진다'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.... (어익후)
응? 두 사람에 대해 얘기하려던게 아니었는데? -_-;;;
아!
그렇게 두 여인네는 수다떨고, 저는 뒹굴대고 있는 참에, 택배가 왔더랍니다. 왠 택배하고 있는데, 광주사는 큰 누이가 김장 다 떨어졌다는 동생(저....)이 불쌍타고, 김치를 한 박스 보내온 것이랍니다. 속으로는 '아이구 이게 왠 횡재!' 했지만, 겉으로는 "귀찮게 이런걸 보내고 그런둥?"라고 했지요...
김치 무거워서 어떻게 들고 가냐는 내 투정엔 아랑곳 없이 또 한 보따리 먹을 걸 싸주신 엄니 덕분에 돌아오는 길은 포터가 되고 말았습니다. 엄니들은 꼭 그렇게 하셔야 하나 봅니다. 그렇게 싸주시고도 아쉬워하는 기색이시니 원....
암튼, 잘 뒹굴고 잘 챙겨서(?) 돌아왔겠지요.
돌아와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큰 누이가 전화를 했습니다. 김치 잘 받았냐고. 잘 받았다고 했지요. 뭘 그렇게 많이 보냈느냐는 퉁박도 해주고요.... -_-;;; 물론, 저도 양심이 있는터라 얼른 수화기를 마눌님께 토스했습니다. 감사인사는 아무래도 마눌님이 훨씬 잘 하니까... (험험)
전화기를 건네 받은 마눌님, 역시 청산유수같은 언변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. 속으로 '잘 한다, 마눌님!'하곤 저는 소파로 컴백했지요. 그런데 평소같으면 2분이면 끝날 통화가 꽤 길어지는 겝니다. 어라, 왠 일일꼬 하는데 통화가 무려 20분이 더 진행되더군요....
워, 시누하고 먼 수다를 그렇게 떨었냐는 제 질문에 마눌님 표정이 득의양양해집니다. 어라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일꼬 하는데 마눌님 하시는 말씀.
'큰 고모가 그러는데, 나는 양반이래'
응? 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?
'글쎄, 며느리하는게 하나도 마음에 안든다는 거야!' (큰 누이 나이가 좀 되어서...며느리가 있습니다...)
근데? 당신 표정은 왜 그런고?
'난 음식도 꽤 잘 하고, 살림도 많이 늘었잖아. 근데 큰 고모 며느리는 아무 것도 못한다잖아? 그래서 한탄에 한탄을 하시는 거야.(방긋)' 하는 겁니다...
어이 어이. 지금 당신 나이가 몇 인데, 이제 갓 시집온 며느리랑 비교하냐? 그 방긋대는 표정은 뭐고? 라고 해주고 싶었지만, 하늘이 도우사 목구멍에서 제지가 되었습니다. 휴....
'시어머니들은 다 똑같은 가봐. 며느리 마음에 안들어 하는게 말이야.ㅎㅎㅎ'
저런 상황이 재미있는 모양입니다. 아마 본인의 갈등상황이 해소되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겠지요. 마치 제대한 군인이 현역시절을 회상하듯이 말입니다. 결혼초기였다면, 아마, 웃어넘기지 못했을겝니다. ^^;
며느리가 맘에 안드는 상황...
이 글 읽으시는 분 중 '며느리'이신 분들도 겪으신, 혹은 겪고 계신 갈등인가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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